제조업에서 생산기술과 조달 부서의 관계는 자주 논쟁의 대상이 됩니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조직에서는 생산 현장과 본사의 역할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기술 엔지니어와 조달 담당자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업무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학 플랜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화학 플랜트는 일반 제조업보다 설비의 규모가 크고, 하나의 설비가 장기간 운전되며, 설비의 품질과 납기가 생산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산기술과 조달 사이의 인식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화학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15년 이상 엔지니어링 업무를 담당했고, 그 과정에서 자재조달 부서와 수많은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조달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달을 바라보는 시각도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특정 회사나 특정 부서를 비판하기보다는, 화학 플랜트 생산기술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20년 동안 조달과 일하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왜 생산기술과 조달의 생각이 점점 달라졌는지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초기
입사 후 몇 년 동안은 회사의 업무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달에 대해서도 특별한 생각이 없었습니다.
시키는 대로 처리하던 시기
처음에는 어떤 업무든 빨리 끝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생산기술 업무에서도 발주와 구매 관련 업무는 비교적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에, 신입사원 시절에는 구매요청이나 납기와 관련된 업무를 자주 담당했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자재를 얼마나 구매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조달 담당자가 어떤 기준으로 업무를 판단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따라서 조달에서 요청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서 상사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일했습니다.
말 그대로 시키는 일을 처리하는 기계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자주 구매했던 것은 볼 밸브나 글라스 라이닝 배관 등이었는데, 구매 업무를 하면서 관련 카탈로그를 반복해서 확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자재에 대한 지식도 쌓이게 되었습니다.
조달과 좋은 관계를 만들면 협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다른 부서와 원만하게 일하면 신뢰가 쌓이고, 나중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상대방도 협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어느 순간에는 조달 담당자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조달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 구매했던 물품이 비교적 일반적인 자재였고, 복잡한 기술적 판단이 필요한 업무가 아니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무리한 납기로 구매를 요청하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무리한 납기로 구매를 요청한 적도 많았습니다.
20년 전에는 지금보다 공급업체와 조달 부서가 일정에 유연하게 대응해 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제가 직접 정한 일정이 아닌 경우도 있었고, 제 업무 진행이 늦어져서 발주가 늦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조달 부서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선행 발주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좋은 업무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중기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일반적인 자재가 아니라 특수 설비를 구매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조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생산기술과 조달의 갈등”**에 가까운 상황을 직접 경험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엔지니어와 협의하지 않고 여러 일정을 정하다
조달에 구매요청을 하면 희망 납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일정이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견적 제출 기한, 견적 평가 기한, 발주 시점, 도면 제출 시점 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일정이 구매를 요청한 엔지니어와 충분히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희망 납기만 알고 있을 뿐, 견적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언제까지 평가를 끝내야 하는지, 실제 발주가 언제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자신의 업무 일정을 제대로 계획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견적이 나온 다음 날 바로 평가 결과를 제출했는데도 실제 발주까지 2주 이상 걸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야근까지 하면서 빠르게 평가했는데, 정작 조달 단계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또한 발주나 도면 제출 일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보를 받지 못하다가 계약이 완료된 후 공급업체로부터 연락을 받고 알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조달과 사전에 일정과 역할을 맞추는 회의를 만들거나 자료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문제는 줄어들었지만, 이번에는 생산기술 측에서 일정이나 사양을 변경하면 조달이 매우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발주 후 진행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발주가 결정된 후 설비가 실제로 납품될 때까지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조달의 기본적인 역할은 계약 금액과 납기를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급업체로부터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받습니다.
그런데 공급업체가 보내는 진행 상황을 기술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생산기술 엔지니어에게도 상세하게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공급업체 역시 엔지니어와의 협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조달에 보고할 때는 상당히 완화해서 전달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류상으로는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문제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표면화되면 조달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때 생산기술 엔지니어가 공급업체에 정기적으로 연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산기술 측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다른 방법이 없으니 공장 측에서 공사 일정을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저는 조달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스테인리스 제작품이나 원심분리기, 건조기처럼 분체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 설비는 문제가 발생하기 쉬웠습니다.
금액이 크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별도로 설계하는 설비일수록 이러한 위험은 더 커집니다.
또한 구매 빈도가 낮기 때문에 공급업체와 엔지니어 사이에서 업무 진행 방식에 대한 공통 인식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조달은 여러 거래를 보고, 생산기술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본다
생산기술과 조달의 인식 차이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것이 거래를 바라보는 범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달은 하나의 공급업체와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거래합니다.
따라서 특정 공급업체와의 전체적인 거래 관계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생산기술 엔지니어는 자신이 담당하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봅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설비에서 납기가 늦어지거나 가격이 높거나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기술 입장에서는 그것 자체가 큰 문제입니다.
그러나 조달 입장에서는 해당 공급업체가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좋은 가격과 납기를 제공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즉, 생산기술은 하나의 거래를 보고 있고, 조달은 여러 거래를 묶어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서로 이해하지 못하면 같은 공급업체를 바라보면서도 전혀 다른 판단을 하게 됩니다.
조달의 목표가 가격 협상에 치우치는 문제
조달 부서의 성과를 숫자로 평가하려면 결국 계약 금액을 얼마나 낮췄는지가 가장 쉬운 지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예산 대비 계약 금액을 얼마나 낮췄는지를 성과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생산기술 입장에서는 이 숫자가 반드시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예산 자체가 과거 실적이나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해서 생산기술이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설정한 금액일 수도 있고, 계약 당시의 시장 상황이나 공장 가동 상황에 따라서 실제 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견적 평가부터 발주까지 시간이 길어지면, 결과적으로 설계와 제작 일정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계약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내정은 되었으니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를 기준으로 설계를 진행해 달라”는 식의 요청도 발생합니다.
생산기술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조달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됩니다.
공장에 대한 애착이 부족한 조달
화학회사에서 자재조달은 사무직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은 부서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퇴직하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았고, 결과적으로 인력 부족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중途採用も積極的に行われるようになり、工場での経験がほとんどない担当者も増えていきました。
화학회사에서 자재조달은 화학 자체와는 거리가 있고, 설비와 공급업체를 상대해야 하는 전문적인 업무입니다.
따라서 조달 담당자가 자신의 업무가 회사의 장기적인 생산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범위에서는 본사 조달 담당자가 공장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공장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본사의 기준이나 요구사항을 공장에 전달하는 형태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결과 저는 점점 **“이 사람이 우리 공장의 장기적인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편 공급업체로부터 “귀사의 조달 부서는 상당히 엄격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표현 자체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생산기술 입장에서는 가격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조달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후기
중기까지는 개별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조달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의 범위가 개별 프로젝트를 넘어 공장 전체와 회사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플랜트의 장기 운전을 고려하지 않는 설비 선정
화학 플랜트를 장기간 운영하려면 보전 방침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오랫동안 동일한 플랜트를 담당한 엔지니어일수록 어떤 설비를 선택할 때 단순히 가격과 납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 20년 동안 어떻게 유지보수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플랜트가 노후화되고 설비 고장이 증가하기 시작하면 설비 사양의 표준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같은 종류의 설비를 여러 제조업체から購入すると、部品や保全方法がバラバラになり、結果として保全業務が複雑になることがあります。
반대로 특정 제조업체의 설비를 어느 정도 표준화하면 예비품 관리나 유지보수, 교육 등의 측면에서 장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기적인 관점은 개별 구매案件만을 담당하는 조달 담당자에게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조달 입장에서는 이런 중요한 정책을 개별 구매 요청서에서 갑자기 전달받는 것도 곤란할 것입니다.
본래라면 회사 전체 또는 공장 전체의 설비 조달 정책으로 결정되어 있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것도 생산기술과 조달 사이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업체를 지정하려 하면 강하게 반대한다
조달은 특정 업체를 지정하는 구매, 즉 지명구매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아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공정한 구매 절차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칙 자체는 저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화학 플랜트에서는 특정 업체를 지정하는 것이 반드시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운전 실적이나 유지보수 경험, 공정 특성,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 등을 고려하면 특정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유서에 간단히,
“해당 업체는 과거 실적이 많고 납기가 짧아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A사를 희망한다.”
정도로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서는 점점 복잡해졌습니다.
“A사와 B사를 비교하면 A사의 과거 트러블이 훨씬 많았고 대응도 좋지 않았다. 반면 B사는 유지보수 측면에서 문제가 적었으며 공정 측면에서도 생산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공장 전체에서 A사의 설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유지보수 대응과 예비품 관리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업체 분산이 필요하다.”
이런 수준까지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러면 조달에서는 다시 질문합니다.
“과거 트러블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A사의 유지보수 문제 사례를 정리해 주세요.”
“A사 설비가 많은 것이 오히려 유지보수에 유리한 것 아닌가요?”
“설비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왜 B사를 선택해야 하나요?”
그리고 관련 자료를 요구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자료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견적 제출 기한과 평가 기한은 조달이 설정해 놓았는데, 그 짧은 기간 안에 과거 10년 이상의 트러블과 유지보수 실적을 정리하라고 요구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조달 담당자도 과거의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담당자가 바뀌면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기업이 될수록 정보의 축적과 인수인계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함께 나타납니다.
결국 이러한 부분에서도 생산기술과 조달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생산기술과 조달의 거리가 멀어지면 안 된다
20년 동안 경험하면서 제가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생산기술과 조달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환경에서는 조달은 본사에 있고 생산기술은 공장에 있었습니다.
공장 내부에서는 생산, 보전, 생산기술 등이 어느 정도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만, 본사에 있는 조달 담당자에게 공장의 현실을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본사에서도 공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부서는 관계가 좋았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단순히 “조달이 일을 잘한다, 못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조달과 생산기술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조직 구조 자체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가 다른 환경에서 업무를 경험하면서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생산기술과 조달이 가까우면 작은 문제도 바로 상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급업체와의 미팅에 조달과 생산기술이 함께 참석할 수 있고, 정기적인 진행회의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생산기술은 기술적인 요구사항을 설명하고, 조달은 계약과 가격, 공급업체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식으로 서로의 역할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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