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형 화학 플랜트를 자세히 보면, 반응기에 열교환기가 설치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공존합니다.
표준적인 플랜트 구성을 기준으로 보면, 반응기에 열교환기를 설치하는 것이 기본이며, 운전상의 선택지와 유연성이 크게 늘어납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실 포트(Seal Pot)만으로도 안정적으로 운전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열교환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식의 기계적인 설계를 피하려면, 열교환기와 실 포트의 기능과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배치 플랜트를 전제로, 열교환기와 실 포트의 사용 목적과 선택 기준을 실무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열교환기를 설치하는 경우
반응기에 열교환기를 설치하는 데에는 몇 가지 명확한 목적이 있습니다.
유기용매를 포함하는 경우
반응기에서 취급하는 물질에 유기용매가 포함되는 경우, 일반적으로는 열교환기를 설치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오히려 실 포트를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상온의 유기용매를 반응기에 투입하면, 반응기 기상부의 가스가 외부로 배출되며 유기용매 증기도 함께 유출됩니다.
이를 그대로 둘 수 없으므로 실 포트를 거치게 되는데, 실 포트에는 보통 물이나 전용 액체가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물을 사용하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 유기용매가 실 포트 내부로 유입되어 물과 섞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안전해 보이지만, 결국 유기용매가 물 위에 떠오르며 외부로 누출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지속적으로 물을 보충·배출하여 농도를 낮춘다 해도, 해당 배수는 처리 대상이 됩니다.
이처럼 실 포트로 유기용매 공정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상당한 관리 부담이 따릅니다.
그렇다면 열교환기를 설치하는 쪽이 보다 무난한 선택이 됩니다.
야외 탱크처럼 공간 제약으로 열교환기를 설치할 수 없어 실 포트를 사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로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외부로 누출시키고 싶지 않은 경우
반응기에 열교환기를 설치하는 가장 큰 목적은, 가스를 외부로 누출시키지 않기 위함입니다.
액체 수용 공정이든, 증류 공정이든 원리는 동일합니다.
열교환기로 가스를 냉각·응축시켜 반응기 내부로 되돌리면, 외부로 배출되는 가스량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유기용매는 비점이 높지 않기 때문에, 5~10℃만 냉각해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상온의 물과 섞여 떠오르는 실 포트 방식보다, 냉각된 가스로 배출하는 편이 누출량은 훨씬 적습니다.
증류 공정을 수행하는 경우
열교환기가 반드시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가 증류입니다.
기화된 가스를 다시 액화시키기 위해서는 열교환이 필수이며, 열교환기 없이 증류를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배치 플랜트에서는 반응기마다 증류가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나뉘지만,
장기적으로 공정 변경 가능성을 고려하면 반응기와 열교환기를 세트로 구성해 두는 것이 운영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실 포트만 설치하는 경우
반응기에 열교환기를 설치하지 않고 실 포트만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다소 ‘우회적인 선택’에 가깝습니다.
비용 절감
실 포트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입니다.
일반적으로 실 포트는 열교환기 비용의 약 1/5~1/10 수준으로 설치가 가능합니다.
또한 고소 설치가 필요 없어 구조가 단순하며, 유지보수 비용도 낮습니다.
열교환기는 정기적인 개방 점검과 세정이 필요하지만,
실 포트는 기본적으로 무보수 운전을 전제로 하며, 노후 시 교체하면 됩니다.
설치 공간 절감
실 포트의 또 다른 장점은 설치 공간 절감입니다.
열교환기는 응축액을 중력으로 되돌리기 위해 반응기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해야 합니다.
펌프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탱크와 계측이 필요해 비용이 증가합니다.
반면 실 포트는 1층에 설치할 수 있어, 공간 제약이 있는 플랜트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결론
반응기에 열교환기를 설치할지, 실 포트를 선택할지에는 단순한 정답이 없습니다.
- 범용성·안전성·향후 공정 변경을 중시한다면 → 열교환기
- 비용과 공간을 최우선으로 하고 조건을 한정할 수 있다면 → 실 포트
특히 배치 플랜트에서는 운전 조건 변경이 잦기 때문에,
기본은 열교환기, 예외적으로 실 포트를 검토한다는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설계자는 항상
“왜 이 구성을 선택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설계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