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이라고 하면 보통 회사 경영 전략이나 조직 개편 같은 큰 이야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실 저 역시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컨설팅을 이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대부분 경영에 가까운 부서 이야기였고, 지금도 그 부서에서는 외부 컨설팅 회사에 정보 조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화학 플랜트에서 기계·전기 분야를 담당하는 오너스 엔지니어(Owner’s Engineer) 로 일하면서, 업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설팅 회사에 상담을 의뢰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당시 어떤 문제를 의식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컨설팅 과정에서 어떤 분석이 이루어졌는지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결과의 효과까지 완전히 검증하지는 못했지만, 조직 문제를 고민할 때 컨설팅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업무 효율화
기계·전기 분야의 오너스 엔지니어가 컨설팅 회사에 상담을 의뢰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아마도 업무 효율화일 것입니다. 저 역시 같은 이유로 컨설팅을 의뢰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엔지니어 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생산기술이나 설비 보전 분야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직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잔업(야근)을 줄이려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내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외부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아 조직과 업무 구조를 분석해 보기로 했습니다.
조직 분석
업무 효율화를 목적으로 컨설팅을 의뢰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현재 조직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즉, 조직 구조와 실제 업무 방식에 대한 분석을 진행합니다.
인원 구성
먼저 조직의 연령대별 인원 구성을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조직에서는 50대와 20대가 많고, 30~40대가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세대 구조는 조직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생산기술 부서의 기계·전기 엔지니어는 설계 업무와 보전 업무를 같은 팀에서 담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인원 구성 분석도 통합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각각의 역할이나 경력 단계에 따른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규모 조직이라면 이런 차이가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작은 공장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저희 조직은 전체 인원이 20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20대, 30대, 40대, 50대로 나누면 한 세대당 약 5명 정도입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인원 구성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조직의 균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업무 시간 분석
다음으로 컨설턴트는 엔지니어들이 실제로 어떤 업무에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담당자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실제로 엔지니어 옆에서 업무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특히 업무 효율화의 목적이 잔업 시간 감소와 연결되어 있다면, 이 분석은 매우 중요한 단계가 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분석 결과가 완벽하게 만족스럽게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엔지니어는 평소 자신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또한 엔지니어링 업무는 다른 부서와의 조정 업무가 많기 때문에 반복적인 정형 업무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게다가 짧은 관찰 기간만으로는 업무 전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업무 시간 분석은 충분한 인원과 긴 기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확한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특히 설계 업무와 현장 중심의 보전 업무가 섞여 있는 팀이라면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업무 수준 평가
컨설턴트는 조직의 엔지니어링 업무 수준도 일정 부분 평가합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수준은 기술적인 깊이보다는 업무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확인합니다.
- 설계 기준이 존재하는지 (외부 기준 및 내부 기준)
- 설계 프로세스가 정리되어 있는지 (설계 → 검토 → 확정)
- 업무 관리 시스템이 있는지 (시스템, 메일 관리, 진행 상황 확인 등)
- 보전 업무의 경우 예비 부품 관리 방법
이러한 요소들을 다른 회사와 비교하여 상대적인 수준을 평가합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런 평가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와 비교해 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참고 정도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컨설턴트가 “기준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린다고 해서 실제로 기준을 대폭 늘리게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조직의 목적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조직의 존재 목적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주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화학 플랜트에서 오너스 엔지니어라는 역할은 회사마다 매우 다릅니다. 기업의 경영 방침과 엔지니어 조직의 방향이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컨설턴트는 다른 기업 사례를 소개하면서 조직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해 온 엔지니어라면 컨설턴트의 결론을 듣고 **“결국 같은 생각이었구나”**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그런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 자체가 컨설팅의 의미일 수 있습니다.
목표 설정
업무 효율화를 위해 컨설팅을 의뢰하면, 보통 몇 년 후의 이상적인 조직 모습을 설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제를 정리해 줍니다.
그리고 그 과제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한 로드맵 형태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로드맵이 실제로 작동할지는 회사에 따라 다릅니다.
이미 개선 능력이 있는 조직이라면 컨설팅이 없어도 변화가 진행됩니다. 반대로 변화가 어려운 조직에서는 “컨설턴트가 이렇게 말했다”는 이유가 개선을 추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만약 컨설팅을 받아도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조직에는 더 깊은 문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 조직의 벽
컨설턴트가 다양한 개선안을 제시하면 많은 엔지니어가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했을 것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벽입니다.
엔지니어 업무는 대부분 다른 부서와 협력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려고 해도 반드시 관련 부서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설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부 문서 검토 절차를 생략하려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설계 문서가 이미 공유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제조 부서에서는 별도로 사양서를 확인하고 싶어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양이 잘못된 설비가 납품된다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검토 절차를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문서 발행과 승인 대기 시간이 그대로 남게 됩니다.
이런 내부 사정은 외부 컨설턴트에게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문제는 “설계 문서 표준화” 같은 큰 표현으로 정리되어 몇 년 후 개선 목표로 남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컨설팅을 활용하더라도 실제로 개선을 실행하는 사람은 조직 내부의 엔지니어라는 사실을 항상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
화학 플랜트 조직에서 컨설팅을 활용하면 조직 구조와 업무 흐름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실제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조직 구조와 부서 간 관계에 있습니다.
결국 컨설팅은 해결책 그 자체라기보다 외부 시각을 통해 조직을 다시 바라보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일지도 모릅니다.
댓글